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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경, 과거의 ‘말’과 지금의 ‘현실’

MeetinginProgress 2025. 10. 23. 22:16

이상경 차관은 누구인가요?

이상경은 학계에서 오래 활동한 도시공학자입니다. 그가 정치의 전면으로 나오기 전부터 반복해온 메시지는 분명했습니다. 핵심은 세 가지였어요. 개발이익의 공적 환수, 보유 단계의 과세 강화(국토보유세/토지이익배당금), 공공주택 확대입니다. 2021년 더불어민주당 대선 캠프 시절엔 부동산개혁위원장으로 전면에 섰고, 공개 석상에서 “토지이익배당금제”를 꺼내 들었습니다. 요지는 보유세 실효세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여 불로소득을 환수하고, 재원을 국민에게 배당하자는 구상이었죠. 당시에도 증세 논란이 거셌지만, 그는 “명칭을 국토보유세가 아닌 토지이익배당금으로 바꿔도 본질은 같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정책의 축은 세제·제도를 통해 투기 이익을 구조적으로 차단하겠다는 방향이었습니다.

왜 이렇게 이슈가 되는건가요?

차관 취임 직후에도 큰 줄기는 비슷했습니다. 취임 메시지에서 그는 주택공급 안정과 함께 “불로소득 차단, 개발이익 환수”를 재차 강조했고, 언론들은 그를 ‘규제·환수론자’로 요약했죠. 여기까지만 보면 과거의 말과 현재의 위치가 잘 맞아떨어지는 그림이었습니다.

 

그런데 10월 중순 일련의 사건이 정반대의 이미지를 만들어 냅니다. 정부가 10·15 대책을 통해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의 갭투자 전면 금지 등 강한 행정 규제를 발표한 직후, 이상경은 유튜브 인터뷰에서 “돈을 모아두었다가 시장이 안정화되면 그때 사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 발언은 실수요자 입장을 지나치게 가볍게 본 것 아니냐는 비판을 불렀고, 곧이어 본인과 배우자의 과거 갭투자 정황 보도까지 겹치면서 파문이 커졌습니다. 결국 그는 국토부 유튜브로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말’과 ‘행동’의 균열은 이미 여론의 중심에 놓였습니다.

여기까지는 아는 이야기지만 진짜 문제는 뭘까요?

여기서 중요한 건, 그가 몇 년간 주장해온 해법과 지금 정부가 실제로 택한 해법의 결입니다. 과거의 이상경은 세제를 정교하게 손보는 구조개혁형이었습니다. 보유·양도에서의 과세체계, 개발이익 환수 규정, 공공의 개발 참여 확대 같은 제도축을 고쳐 ‘투기가 덜 이익 나게 만드는’ 구조를 만들자는 입장이었죠. 지금의 10·15 패키지는 한편으로 강력하지만, 방향은 행정 규제형에 가깝습니다. 특정 지역의 거래를 허가제로 묶고, 갭투자를 원천 차단하는 즉효성 있는 통제입니다. 시민단체들도 이번 대책을 두고 “세제 등 구조 원인 진단 없이 규제만 강화한 땜질”이라고 평했습니다. 이상경이 설계했던 ‘세제·환수 중심’ 처방과, 그가 집행 라인에서 밀어붙인 ‘허가·금지 중심’ 처방이 서로 다른 레일을 달린 셈입니다.

 

아이러니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그가 과거 선거 국면에서 주장했던 토지이익배당금(국토보유세) 구상은 정치적 저항에 막혀 멈칫했고, 집권 이후에도 대규모 보유세 보강은 현실화되지 못했습니다. 대신 시장이 과열되자 빠르게 작동하는 거래 규제가 전면에 섰습니다. 제도개혁을 설파하던 설계자였던 그가, 현장에선 통제수단을 앞세운 위기관리자로 비치게 된 거죠. 바로 그 타이밍에 “집값 안정되면 사라”는 조언과 본인의 과거 갭투자 이력이 결합하면서, ‘개혁의 얼굴’은 순식간에 ‘말과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정치적으로 보면 상징의 힘이 큽니다. 이상경은 ‘불로소득 환수’라는 도덕적 프레임을 오래 지켜온 인물입니다. 같은 사람이 “시장 안정 후 매수”를 권하고, 과거엔 전세 끼고 집을 샀다는 보도가 나오니 프레임 자체가 무너진 겁니다. 그는 사과문에서 “실거주 목적이었으나 국민 눈높이에 못 미쳤다”고 했고, 여당 내부에서도 거취 논의가 이어지는 중입니다. 정책 신뢰의 문제는 결국 철학–수단–행동이 한 줄로 서느냐에 달려 있는데, 이번엔 그 줄이 끊겼습니다.

정리하자면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어제까지의 이상경은 세제·환수·공공성으로 대표되는 구조개혁형 해법의 설계자였습니다. 오늘의 이상경은 갭투자 전면 금지, 토지거래 허가 확대 같은 행정 규제형 해법의 집행자로 서 있습니다. 두 해법은 병행될 수도 있지만, 한국의 현실 정치에선 둘 사이의 메시지 충돌이 쉽게 드러납니다. 그리고 그 사이를 메워줄 단단한 개인적 일관성이 없으면, 정책의 정당성은 생각보다 빨리 흔들립니다. 이번 논란이 일시적 해프닝으로 끝나느냐, 아니면 집값·정책 신뢰라는 두 축을 동시에 흔드는 분기점이 되느냐는, 향후 며칠 간의 선택과 설명에 달려 있어요.